급격한 저출생률로 인한 보육 코스 위협: 어린이집의 존폐 위기

출생률이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기존의 ‘어린이집→유치원→초등학교’로 이어지던 보육 코스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전국의 많은 어린이집이 존폐 위기에 처해 있으며, 특히 전북특별자치도에서는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지난 27일 오전, 전주시 교외의 한 어린이집을 찾았을 때, 도로는 적막감이 감돌 정도로 한산했습니다.

아침마다 노란색 통학버스가 아이들을 싣고 오던 출입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울타리 앞에는 개봉되지 않은 우편물이 쌓여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놀던 놀이터에는 잡초만이 무성하게 자라나 있었습니다.

이 민간 어린이집은 1996년에 문을 열었으나, 올해 3월부터 기약 없는 휴지 상태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생활했던 시설은 여전히 잘 정돈되어 있었지만, 오랜 기간 관리의 손길을 받지 못한 채 방치된 모습이었습니다.

저출생 현상으로 인해 전북 지역의 어린이집 수는 2014년 1,654개에서 2023년 5월 기준 910개로 크게 줄었습니다.

10년 만에 어린이집 740개가 문을 닫거나 다른 업종으로 전환한 것입니다.

현재 전북 지역 어린이집의 전체 정원은 46,079명인데 반해, 실제로 다니는 아동은 26,646명에 불과해 충족률이 57.8%에 그칩니다.

특히 청년 인구가 많은 전주시를 제외한 나머지 시군은 정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전북 지역의 저출생률은 전국 평균보다도 낮아 지방 소멸 위기를 가속화시키고 있습니다.

전북 지역의 조출생률은 인구 1,000명당 3.5명으로, 전국 평균인 4.6명보다 낮습니다.

또한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4년간 전북의 청년 인구 33,319명이 대학 진학이나 일자리를 찾아 지역을 떠났습니다.

이로 인해 출생률 반등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어린이집을 노인복지시설로 변경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정읍시의 한선미 의원은 “급격히 낮아진 출생률로 폐원하는 어린이집이 늘어 보육교사의 실업 문제가 떠오르고 있다”며, “공동주택 내 유휴 어린이집의 용도변경을 완화해 재가복지시설인 노인주간보호센터로 사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지자체도 흔들리는 보육 기반이 더는 무너지지 않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전북자치도는 고령의 산모와 난임 부부가 늘어나는 추세에 대응해 임신 전 주기에 걸친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임신 준비 단계에서는 난임 부부 상담센터, 치유의 숲 운영, 영구 피임복원 시술 비용 등을 지원합니다.

임신 단계에서는 고위험 임산부 건강관리, 가정 태교 지원, 풍진 검사 및 접종비 지원 사업을 추진합니다.

출산 및 산후 단계에서는 민간 산후조리원을 공공시설로 지정하고, 취약계층에 산후조리 비용을 지원합니다.

또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기저귀와 조제분유를 제공하는 사업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전북자치도는 ‘모아(母兒) 건강복합센터’를 건립해 임신과 출산, 보육 등 단계별 종합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도 추진 중입니다.

정읍시, 임실군, 무주군, 고창군 등 11개 시군도 출생률 감소와 인구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지방소멸 대응을 위한 인구 활력 추진단’ 회의를 열어 행정안전부의 지방소멸 기금 활용과 청년 인구 유출 방지를 위한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최병관 전북도 행정부지사는 “급격한 인구 감소는 지역의 존폐가 걸린 중대한 사안”이라며, “지방소멸에 대응하기 위해 기금을 전략적으로 투자하고 시군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자체의 이러한 노력이 앞으로 전북 지역의 출생률 상승과 보육 기반 유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를 기대해 봅니다.